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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여행 2024 · 3일차

천하제일험산에 오르다 — 화산, 그리고 회족거리의 밤

2024년 12월 28일 (토) · 시안 ↔ 화산 고속철 당일치기

1
시안북역
07:52
2
화산
10:00~13:15
3
시안 복귀·죽
15:00
4
회족거리
저녁

오늘은 화산에 오르는 날. 새벽 5시에 혼자 일어났다. 첫차가 5시 13분이라더니 25분쯤에야 도착했다. 7시 전에 화산북역행 대합실에 닿아 시간이 많이 남았다. 화장실에 갔더니 좌변기가 아니라 쪼그려 앉는 변기여서 잠깐 당황했지만, 이런 사소한 문화 차이마저 여행의 기록이 된다. 일을 보고 나와 맥카페에서 커피를 30분쯤 마시며 출발을 기다렸다.

고속철은 7시 52분 정시에 출발해 화산북역에 정시 도착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출구엔 호객꾼이 어마어마했다. 여행자센터로 가니 5위안짜리 버스가 있었고, 8시 50분쯤 표를 끊어 버스에서 기다리다 9시쯤 출발했다.

아직 어둑한 새벽의 시안북역. 외국인은 개찰기 대신 직원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 만날 험준한 산을 떠올리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화산북역에서 셔틀버스로 닿은 화인(华阴) 버스터미널. 산 아래 매표소까지 셔틀이 잘 갖춰져 있어 이동이 어렵지 않았다.

천하제일험산, 화산

9시 50분쯤 내려 한참을 걸어 케이블카를 탔다. 화강암 절벽이 통째로 솟은 화산은, 케이블카에 오르는 순간부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절경의 연속이었다. 깎아지른 봉우리와 능선을 따라 끝없이 매달린 붉은 리본들 앞에서, 카메라를 든 손이 쉴 새 없이 바빴다.

'西嶽華山(서악화산)' 패방을 지나며 본격적인 등반 시작. 오악(五嶽) 중 서쪽을 대표하는 산 앞에 서니 절로 옷깃이 여며졌다.

능선 난간을 가득 메운 붉은 리본과 자물쇠. 무사 안녕과 사랑을 비는 마음들이 모여 산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

📖 명소 자세히 보기
화산 — 천하제일험산, 케이블카로 오른 서악
케이블카 절경부터 아찔한 능선, 산 위의 점심까지 화산의 하루를 따로 정리했습니다 →

오후 1시 15분에 산을 내려와, 35분쯤 출발하는 무료버스로 화산북역에 도착했다. 2시 32분 차로 갈아타 시안북역에 2시 57분 도착. 짧은 당일치기였지만, 평생 잊지 못할 풍경을 가슴에 담은 하루였다.

시안 복귀, 할머니의 따뜻한 죽 한 그릇

호텔 앞 푸드코트 같은 곳에서 니우로우빙(牛肉饼)과 죽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가게 주인 할머니가 외국인이라며, 죽을 더 먹고 싶으면 달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 말씀이 어찌나 정겨운지, 결국 두 그릇이나 비우고 나왔다. 화산의 칼바람을 맞고 온 뒤라 그 온기가 더 깊이 스며들었다.

고속철로 다시 돌아온 시안. 험한 산을 다녀온 뒤라 익숙한 도시가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졌다.

외국인이라고 더먹으라고 했던 가게 사장님. 그말을 화난 듯이 이야기한다.

할머니 인심으로 두 그릇이나 먹은 죽. 따뜻하고 속이 편안해, 추위에 언 몸이 안에서부터 데워졌다.

바삭하게 구운 니우로우빙(소고기 호떡).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해 한 입 베어 물자 온몸이 사르르 녹았다.

 

밤의 회족거리(回族街)

저녁엔 시안 최고의 먹자골목, 회족거리로 향했다. 무슬림 후이족(回族)이 모여 사는 거리로, 온갖 먹거리와 인파로 밤늦도록 활기가 넘쳤다. 향신료 냄새와 양고기 굽는 연기, 사람들의 흥성거림 속을 걷다 보면 혼자여도 절로 들뜬 기분이 된다.

붉은 등이 내걸린 회족거리의 밤 풍경. 천 년을 이어온 거리의 생기가 골목마다 흘러넘쳤다. 어디서 무슬림 특유의 향신료 내음이 끊임없이 풍겨 왔다.

회족거리(후이민제, 回民街)
시안 종루·고루 인근에 자리한 무슬림 거리. 당나라 때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아랍·페르시아 상인의 후예인 후이족(回族)이 천 년 넘게 터를 잡고 살아온 곳이다. 양고기 꼬치, 러우자모, 비앙비앙면, 감떡과 대추떡 등 시안의 먹거리가 총집결한, 살아 있는 음식 박물관 같은 거리다.

불야성을 이룬 회족거리. 양고기 굽는 연기와 향신료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인파에 떠밀려 걷는 것조차 즐거운, 그런 밤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먹거리 노점. 무엇을 먼저 맛볼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즉석에서 부쳐 주는 감떡(柿子饼). 린통의 가을 감으로 만든 명물 간식으로, 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돈다.

 

색색의 주전부리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눈으로 먼저 배가 부르다.

 

이것도 대추가 들어간 떡이다.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서 백종원님이 맛있다고 꼭 사먹으라고 했던 그 떡인데 맛은 그냥 한국의 떡과 비슷했다. 

밤이 깊어도 식을 줄 모르는 회족거리. 감떡과 대추떡을 사 먹고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8시 반쯤 호텔로 돌아왔다. 화산의 능선부터 야시장의 불빛까지, 하루 안에 이토록 다른 세계를 담을 수 있다는 게 새삼 행복했다.

3일차 지출 (위안)
시안북역 지하철 (왕복) 8위안
맥카페 커피 11위안
화산행 버스 5위안
화산 입장권 140위안
서봉 케이블카 120위안
북봉 케이블카 + 하산 버스 65위안
니우로우빙 · 죽 12.28위안
감떡 · 대추떡 9위안
합계 (고속철 표 제외) 약 370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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