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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맥주의 도시로

공항 리무진을 타는 아침부터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출장으로 여러번 중국을 가봤지만 여행으로 가는 건 처음이다. 그리고 혼자가는 여행도 처음이다. 낯설면서도 묘하게 홀가분했다.  첫 혼자 여행의 시작이다.

 

최대한 저렴한 비행기표를 찾느라 7시50분 인천발 칭다오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한가지 간과한 것은 적어도 2시간전에 공항에 도착하려면 최소 5시 50분에 도착해야한다는 것. 

 

이를 위해 부칠 짐을 만들지 않기위해 가방하나 달랑매고 온라인으로 발권해서 최소의 시간만으로 비행기 입구까지 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 06:17 · 인천국제공항

이른 아침의 인천공항. 혼자라 체크인도 보안검색도 온전히 내 페이스대로.

여권을 몇 번이나 확인하며 기다린 탑승구.

드디어 탑승. 좌석에 앉으니 여행이 실감났다.

 

별 모양의 관문, 자오둥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며 만난 자오둥 공항. 신기하니 다 찍었다

시원하게 뻗은 천장 곡선에 한참을 올려다봤다.

💡 하늘에서 보면 불가사리
2021년 8월 문을 연 칭다오 자오둥 국제공항은 하늘에서 보면 불가사리(海星) 모양이다. 중앙 홀에서 다섯 개의 탑승동이 팔처럼 뻗어 있어 어느 게이트든 도보 8분 안에 닿는다. 지붕 면적 약 22만㎡로 준공 당시 세계 최대급, 그것도 두께 0.5mm(A4용지 정도)의 초박형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 08:51 · 지하철로 시내까지

칭다오北역, 핑크빛 기둥이 반겨준다. 중국어가 통하니 표 사고 환승하는 것도 겁나지 않았다.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 하나 뽑아 들고.

노선도를 확인하며 첫 목적지, 맥주거리로.

맥주의 도시에 왔으면 맥주박물관부터

평일 낮인데도 인산인해인 맥주박물관.

100년 세월이 밴 오크통과 옛 로고.

맥주의 역사를 따라 걷는 전시 코스.

💡 왜 하필 칭다오 맥주일까
칭다오 맥주는 1903년 독일·영국 상인이 세운 ‘게르만 맥주회사 칭다오 지사’에서 시작됐다. 설비와 원료를 통째로 독일에서 들여왔는데, 결정적 이유는 근처 라오산(崂山)에서 솟는 맑고 깨끗한 지하수 — 좋은 물이 곧 좋은 맥주였다. 그렇게 시작한 맥주가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가 되었다.

관람 코스 끝, 갓 뽑은 생맥주 시음. 원산지에서 마시니 확실히 더 시원하고 부드러웠다.

지금도 돌아가는 거대한 양조 설비.

박물관 안 바에서 한 잔 더. 혼자 스스로에게 ‘잘 왔다’ 하고 건배.

붉은 지붕과 독일의 흔적, 그리고 성당

맥주거리를 나와 하염없이 걷다보니 나온 시장

 

오래된 독일 건물에 들어선 KFC. 과거와 현재가 태연히 겹친다.

석조 건물이 이어지는 옛 시가지.

골목 끝에서 불쑥 나타난 두 개의 첨탑.

성 미카엘 대성당. 노란 벽에 붉은 지붕의 고딕 성당이다.

💡 노란 벽, 붉은 지붕의 고딕 성당
저장로(浙江路) 천주교당, 정식 이름은 성 미카엘 대성당(圣弥厄尔大教堂)이다. 독일인들이 1932년부터 지어 1934년 완공했다.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섞였고 두 첨탑은 약 56~60m. 내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풍 장식으로 꾸며져, 칭다오가 ‘동양의 작은 유럽’으로 불리는 이유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풍으로 꾸며진 성당 내부.

바다로 — 잔교와 작은 섬

더위를 식힐 겸 들른 시내 쇼핑몰. 다시 바다로.

바다 위로 뻗은 잔교 끝의 팔각 정자, 회란각(回澜阁).

잔교를 따라 걷는 사람들.

 

칭다오의 상징 잔교(栈桥)는 청나라 때 군사용 부두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칭다오 맥주 라벨에도 그려지는 도시의 얼굴이 되었다.

맞은편 작은 섬 소청도(小青岛). 파도 소리 들으며 혼자 한참 앉아 있었다.

혼밥, 그래도 든든하게

슬슬 배가 고파 들어간 식당. 중국어로 편하게 주문했다.

현지식 볶음 요리로 혼밥. 어색하기는커녕 더없이 자연스러웠다.

서점 궁금해서 들어가봤는데 별것 없었다.

하루의 하이라이트, 오사광장의 밤

해질 무렵 오사광장 앞바다. 마천루가 물가를 따라 늘어서 있다.

붉은 소용돌이, ‘오월의 바람(五月的风)’.

💡 광장 이름에 담긴 1919년
오사광장(五四广场)의 이름은 1919년 5·4 운동에서 왔다. 독일이 갖고 있던 칭다오의 권익을 일본에 넘기려 하자 이에 항의해 터진 반제국주의 운동이 5·4 운동이고, 그 무대가 된 도시가 칭다오다. 광장 한복판의 붉은 조형물 ‘오월의 바람’은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높이 약 30m·무게 700톤의 강철 소용돌이가 바람과 횃불을 형상화했다.

어둠이 내리자 조형물에 붉은 불이 들어온다.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맞은편 부산만(浮山湾) 빌딩들이 일제히 조명쇼를 시작했다.

건물 하나하나가 거대한 스크린이 된다.

물결치듯 빛나는 마천루.

혼자 보는 야경이 오롯이 내 것이었다. 첫 혼자 여행의 첫날,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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